앞으로도 기회 닿는 대로 지역사회 관심 활기찬 도시익산 만드는데 밀알 되고 파

어르신들 몸 불편하면 병원 찾아야 현명…자녀 안부전화 외로움·고독감 해소 도움

“의사하기 싫으면 빨리 이야기 해.”, “나 시간 낭비시키지 말고.”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준완(정경호 분)은 환자에게 잘못된 처방을 한 후배 의사를 불러내 호되게 나무란다. 생명의 시작과 끝이 공존하는 병원. 병원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국가고시를 거쳐 인턴과 전문의 과정을 밟은 전문의들에게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공간이다. 순간의 판단과 처치가 생명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드넓은 바다에서 자란 뒤 산란하기 위해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회귀하는 연어처럼 내과전문의로 고향으로 돌아온 양지훈 익산내과의원 원장. 지난 2019년 5월 황등면에 병원을 개원한 양 원장은 지역사회 의료서비스 향상에 앞장서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다른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지난 16일 점심시간에 양 원장을 만나 농촌지역 어르신들의 진료와 건강 상태, 자녀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부모의 건강관리 등을 들어 봤다.

-개원 1년 6개 월의 짧은 기간에 통 큰 이웃사랑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어려운데도 병원을 찾아주시고 사랑해 주시는 지역 어르신들에게 조금이나마 보답하고 싶은 마음을 전한 것이다. 어르신들이 저희 병원에 보내주신 사랑에 비하면 미흡하다. 더 많은 지역 어르신들에게 사랑을 드리지 못해 오히려 죄송한 마음이다. 앞으로도 기회 닿는 대로 지역사회에 관심을 가질 계획이다. 사실 20여 년 전 만 해도 익산은 천안과 인구수가 비슷한 활기 넘치는 도시였다. 그러나 근래 익산은 인구는 줄어들고 점점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조그마한 힘이나마 익산을 활기찬 도시로 다시 만드는데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황등에 병원을 개원한 이유가 있나.

춘포가 고향이다. 어렸을 때 이웃사촌인 마을 사람들로 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어르신들이 정겹고 반갑다. 춘포에 살고 계시는 아버지를 조금이나마 가까이서 모시고 싶은 마음도 한편에 있다. 무엇보다 어르신들을 진료하다 보면 마음이 편하고 느낌이 좋다. 의대에 입학하면서부터 언젠가는 고향으로 돌아와 지역사회 어르신들의 건강을 돌봐드려야겠다는 마음을 가졌다.

-병원규모가 크다. 진료과목이 궁금하다.

내과·소아과·이비인후과·통증의학과·정형외과·위대장내시경·건강검진·성장치료·골다공증·초음파 등 10개 과목이다. 평일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토요일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 진료한다. 저를 비롯한 병원가족 7명이 내원객 한분 한분을 내 부모처럼 정성을 다해 모시고 있다.

-어르신들이 가장 많이 앓는 질환은 무엇이며,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

우리 병원 내원객 중 65세를 넘은 어르신이 80%에 이른다. 이러다 보니 허리, 무릎, 어깨 통증을 동반한 근골격계 질환과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환자가 대부분이다. 근골격계 질환이나 만성질환은 오랜 시간 꾸준히 치료하고 관리해야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어르신들이 건강관리를 위해 주의해야 할 점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특수상황에서는 정부의 방역지침을 따르는 것이 좋다. 어르신들은 면역력이 떨어져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예측할 수 없는 어려움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조그마한 증상을 느낄 경우라도 곧바로 병원에 내원해 진료를 받아 원인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 단순 질환은 곧바로 치료하고, 중증일 경우에는 적극적인 치료로 보다 만족스러운 건강한 삶을 즐길 수 있다.

-100세 시대다. 자녀들이 부모의 건강을 위해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뭔가.

부모의 건강에 관심을 갖고 주기적으로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 말에 ‘자식이 힘이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녀들은 부모와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가까이서 부모를 모실 수 없다면 자주 전화를 드려 안부를 묻는 것이 좋다. 진료를 하다 보면 외로움이나 고독감을 호소하는 어르신들이 의외로 많다. 외로움과 고독감이 쌓이면 나쁜 기운이 찾아온다.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좋을 것이 없다.

-어르신들을 진료하다보면 어려운 점도 있을 텐데.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간혹 귀가 잘 안 들리는 어르신들이 있다. 사실 진료를 하는 의사보다 제대로 자신의 건강상태를 설명하지 못하는 환자가 더 답답하다. 환자의 상태를 꼼꼼히 살펴 적절한 처방을 하려 노력한다. 환자의 건강상태를 정확히, 그리고 이해할 때가지 설명하다 보면 목소리가 높아져 진료실 밖으로 나가기도 한다. 또 개인병원은 내원객 수가 많아 체력이 필요하다.

-병원을 개원한 뒤 보람이라면.

건강검진을 들고 싶다. 특별한 증상이 없는데도 건강검진에서 위암 10여 명과 대장암 7~8명을 조기에 발견했다. 시기를 놓쳤다면 큰 수술을 받아야 하거나 목숨을 잃을 수 있었을 것이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간혹 자녀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병원을 기피하거나 병을 감추는 경우가 있다. 오히려 자녀들에게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이는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것과 마찬가지다.

-익산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코로나19가 종식돼 예전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기도 좋아지고, 어르신들도 맘 놓고 활동할 수 있었으면 한다. 익산시민 모두가 얼굴 가득 웃음꽃 피는 날이 하루빨리 올 수 있기를 기원한다.

춘포가 고향…내과 과장 역임한 내과전문의

양지훈 원장은

춘포가 고향이다. 어렸을 때 이름난 개구쟁이였다. 여름이면 만경강에서 수영하고 물고기 잡이로 하루 일과를 보냈다. 겨울에는 비료포대에 볏짚을 넣어 눈썰매를 탔다. 만경강과 춘포 들녘을 뛰놀던 기억이 의사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오는 원동력이 되었다.

춘포초등학교, 이리동중, 남성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전북대학교 의과대학에서 내과전문의 과정을 밟았다. 부안솔병원, 정읍전라병원에서 내과 과장을 엮임했다. 좌우명은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유지재도(有志在道).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도 꿋꿋이 헤쳐 나가는 저력이다. 초등학교 3학년과 1학년인 두 아들을 둔 자상한 아빠다.

송태영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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