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하다 발생하는 실수 최대한 관용 적극 행정 유도

공직자의 덕목 ‘청렴’ 정착 노력…업무연찬 업무능력도 향상 

반칙과 특권이 없는 청렴하고 공정한 나라일수록 발전 속도가 빠르다고 한다. 이 때문에 국민들은 청렴한 공직사회를 바라고 있다. 바로 청렴은 건강한 사회의 척도이며, 세계적인 추세다. 전 세계 나라마다 공직사회와 정치인들의 청렴을 강조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최근 한국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부동산 투기는 청렴한 공직사회를 다시 한번 강조하는 계기가 됐다.

익산시도 이 같은 시대흐름에 발맞춰 도내 최초로 합의제 행정기관인 감사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지난 8일엔 초대 감사위원장을 임명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익산시는 합의제 감사위원회 출범과 개방형 감사위원장 임명으로 감사의 전문성과 독립성․공정성을 확보해 더욱 청렴하고 신뢰받는 조직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지난 16일 함경수 초대 감사위원장(58)을 만나 익산시 감사의 방향과 원칙 등을 들어봤다.

-익산시 초대 감사위원장을 맡게 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각오를 부탁드린다.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된 이후 단체장들이 내부 치부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익산시가 전북에서 처음으로 민간이 참여하는 감사위원회를 출범시킨 것은 행정이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감사위원회는 민간합의제 감사기구로 적극적인 감사를 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감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활용해 익산시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익산시 감사모델’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특히 감사위원회가 모범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각오다.

-감사위원장의 역할과 감사위원회의 활동이 궁금하다.

감사위원장은 주요 감사정책과 감사계획에 관한 사항, 시 소속 부서와 사회복지시설 등 시민생활 밀접분야에 대한 감사와 조사, 청렴도 향상 업무 등을 총괄한다.

또 비상임 감사위원 4명과 함께 감사계획 수립과 감사결과 처리에 대해 심의·의결을 통해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감사업무를 수행한다.

-행정조직이 확대되고 사업이 다양화 되고 있다. 감사 원칙은 무엇인가.

선진국으로 갈수록 일반행정 감사보다는 회계감사(Audit) 위주로 감사가 진행된다. 선진국은 지방행정이 발전해 토론과 협의를 통해 행정을 진행함으로서 특별히 감사할 일이 없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행정에 대한 감사가 많다. 이는 대부분의 지방행정에 대해 중앙정부가 법제화하여 법과 규정만으로 지방행정을 처리하도록 한 중앙집권식 행정의 영향으로 행정처리 과정에서 관련 법령 및 규정의 저촉 여부를 파악하는데 감사의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익산시도 대부분의 집단민원이 고층아파트 신축 등 대형시설물의 건설과 연관되어 있는데, 주변 주민이 일조권, 전망권 등의 침해가 있어도 건축법 등 관련 법률에 의해 적법하게 처리된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집단민원을 해결해 줄 방법이 마땅치 않다.

건축허가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에 재량권을 주어 주민의 불편을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

감사 원칙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부패방지다. 1960~70년대 선진국 문턱에 이르렀던 멕시코와 브라질이 후진국으로 주저앉았다. 그 이유는 독과점과 부패였다. 이와 반대로 싱가포르는 청렴한 사회정의를 실현해 동남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로 자리 잡았다. 청렴을 감사의 주요 목적으로 정하여 청렴 으뜸 익산시 이미지를 구축하도록 노력하겠다.

두 번째는 적발위주의 감사를 벗어나 컨설팅 위주의 감사다. 공직자들은 보통 2~3년마다 보직을 바꾼다. 그러다 보니 업무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근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특히 시·군 기초자치단체 공직자들은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업무를 맡아 법규와 규정을 숙지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행정행위는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가령 부지를 구입해 건물을 지으려면 환경법, 토지법, 계약법 등 많은 관련 법령과 규정을 알아야 한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업무다. 복잡한 업무에 대해서는 감사에 지적되지 않도록 사전컨설팅을 통해 업무부담을 경감하도록 노력하겠으며, 지속적인 업무연찬으로 공무원의 업무 숙지도를 향상시킬 방침이다.

-열심히 일 하는 공무원은 감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한다. 사업을 추진하다보면 민원이나 예기치 않은 문제점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감사 형평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의 사기를 꺾는 감사가 아닌 사기를 북돋워주는 감사를 진행하려 한다. 사람이 하는 일은 실수가 생길 수밖에 없다. 열심히 일하다 발생하는 실수에 대해서는 적극행정으로 보고 최대한 배려하려 한다.

특히 행정분야는 감사 기준이 애매해 감사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지방자치단체가 개최하는 축제를 보자. 예산만을 보면 대부분 낭비성 축제라고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주민들의 참여와 만족도,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경제적 직·간접 파급효과를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다. 감사관의 개인적인 견해를 배제하고 관련 규정에 따라 감사가 진행되어야 한다.

건설공사장 1분기 현장 감사.

-공무원들이 감사에서 지적을 받지 않으려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나.

부동산 관련 취득세 등 지방세법과 회계, 계약, 도시계획, 건설 등의 관련 법령은 1년에 몇 번씩 법규가 바뀌는 경우가 있다.

이 분야 전문가들도 헷갈린다고 말한다. 공부를 하지 않으면 따라갈 수 없다. 업무연찬을 자주 실시해 직원들의 업무능력을 높여 주려 한다.

-한국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부동산 투기가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익산시도 공공택지 지역 투기세력에 대한 특별감찰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익산시도 한국주택공사(LH)가 시행하는 소라산 공원개발지역과 평화지구 주거환경개선 사업 지역 등에 대해 투기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상황을 봐서 확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익산은 부동산가격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돼 투기세력이 ‘부동산 쇼핑’을 욕심내는 지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감사가 있다면.

처음으로 감사를 할 때다. 피감자가 구시가지 주택을 구입해 주차장을 만드는 업무를 담당하는 50대 중반 6급이었다. 주택매입 절차를 어겨 확인서를 요구했더니 감사에 지적되면 진급에 누락된다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

지금 생각하면 일을 빨리 처리하기 위한 ‘적극행정’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당시엔 적극행정이라는 용어자체가 없었다. 그 이후로 규정에 어긋나지 않으면 최대한 지적하지 않으려 한다. 소신껏, 사심 없이 일하다 발생한 잘못은 최대한 관대하게 처리하려 한다. 감사관은 전지전능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좌우명은 무엇인가.

‘정직하자’이다. 거짓말은 금세 들통 난다. ‘정직’에는 ‘성실’이 담겨 있다. 정직하면 업무도 열심히 하게 된다. 나의 경우는 선의의 거짓말도 표현관리가 안 돼 하지 않는다. 선의의 거짓말을 해야 할 상황이면 아예 입을 다문다.

-감사위원장으로서 공직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공직자의 가장 큰 덕목은 청렴이라고 생각한다. 행정안전부에서 계약업무를 담당하던 때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뒤 만들어진 부패방지위원회 회의에 갔더니 위원들이 지방에서 계약업무가 가장 엉망이라고 질타하는 모습을 봤다.

또 다른 위원은 한 술 더 떠 ‘복마전’이라고 표현 해 얼굴이 뜨거웠다. 이후 청렴과 투명성을 가장 강조해 지방계약법을 만들었다. 지금도 계약업무를 담당하는 공직자들로부터 계약행정의 투명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익산의 느낌은 어떤가.

사실 익산은 잘 아는 편은 아니다. 다만, 공주와 부여처럼 백제의 수도가 아닌데도 미륵사지 등 많은 백제유물이 있어 놀랐다. 아쉬운 점은 숙박할 수 있는 정도의 관광상품을 개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하루를 숙박하여야 저녁과 아침도 먹고 쇼핑도 하게 되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 앞으로 익산의 문화와 역사를 탐방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 한다. 자연의 모습을 가장 잘 간직한 강으로 평가받는 만경강도 가보려 한다. /대담=송태영 기자

함경수 신임 감사위원장은 누구?

첫째도 청렴, 둘째도 청렴, 청렴 실천한 강직한 공직자

감사와 계약, 회계 분야 전문가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학업을 마쳤다.

1988년 경기도 부천시 공무원으로 공직에 입문해 행정자치부 감사관실, 재정정책과, 회계계약제도과 등을 거쳐 미래창조과학부, 경기도, 행정안전부, 인천광역시 등 여러 중앙부처와 광역자치단체에서 주요 업무를 두루 수행했다.

정년퇴직 1년 반을 남기고 지역사회를 경험하고 싶고, 또한 그동안 중앙정부에서 근무하면서 담당하였던 회계, 계약 등 지방행정 관련 제도가 잘 적용되고 있는지 궁금해 공개모집 공고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대통령 표창(업무유공, 2013.1), 국무총리 표창(모범공무원, 2008,6), 행정자치부장관 표창(2003,12), 경기도지사 표창(2001.7) 등 다수의 포상을 받았다.

강의 경력도 화려하다.

지방공기업평가원(‘07~‘19), 한국정보통신기능대학교(‘09~‘11), 지방자치인재개발원(‘07~‘14), 광역지방자치단체 공무원교육원(‘07~‘20), 광역지방교육청 공무원교육원(‘17~‘20) 출강을 비롯해 회계, 계약, 지방공기업 관련 전국 자치단체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했다.

지방계약제도분야에서 탁월한 업무 경력 갖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령(지방계약법)」 제정 추진과 경쟁입찰의 낙찰자 결정기준 제·개정에 참여했다. /송태영 기자

송태영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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