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신혼부부의 익산살기>

어쨌든 다 쓸모 있는 것들

원광대LINC+사업단 지역선도센터 담당

지난 9월부터 슬슬 시작해 11월이 되자 바쁨의 정도가 극에 달했다. 마치 통돌이 안의 빨랫감들처럼 여자는 업무에 탈탈 털려왔다. 본가의 일 년 중 가장 큰 행사인 김장에도 불참해야 했다. 여자가 김장에 불참한다는 것은 어머니에게 있어 핵심 및 고급인력이 갑자기 없어지는 것과도 같았다. 30대의 팔팔한 체력으로 무거운 절임배추들을 운반하고 양념에 버무려야 하는데 도저히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의 혜량으로 김장김치가 남자가 좋아하는 수육과 함께 금마에서 공수되어 왔다. 김치냉장고에 김치를 쟁여놓으니 마음이 한결 풍요로워졌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사무실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을 때 남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 색시야, 낸데 우리 무 안 필요하나? 회사 텃밭에서 키운 무 조금 얻었다.”

“조금만 가져와.”

“어, 알았다.”

퇴근 후 남편이 커다란 비닐봉지를 식탁 위에 올려놓자 식탁이 꽉 찼다. 봉지에 담긴 큼지막한 무를 세어보니 자그마치 10개. 사람은 두 명인데 이 무를 언제 다 해치운담. 갈갈이 박준형 님의 “무를 갈아주세요!”를 외치며 있는 대로 다 갈아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여자는 무 다섯 개를 옆에 두고 껍질을 벗기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무 뿌리와 껍질이 채반을 채웠다. 그리고는 채칼을 들어 썰었다.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김치통에 무채가 한가득 쌓였다. 냉장고에서 비상용 김치양념을 꺼내 무채와 함께 버무렸다. 그렇게 2개의 무는 무생채로 부활했다. 껍질이 벗겨진 나머지 3개의 무는 깍두기로 변신했다. 김치통 뚜껑을 살짝 열어놨으니 이틀 정도 지나면 맛있게 익을 것이다. 나머지 5개의 무를 활용할 방법은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집보다는 사무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서 그런지 냉장고를 열어보니 김치 외의 식재료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대로라면 남편이 당장 내일 아침에 먹고 갈 게 없다! 여자도 다음날 점심시간에 먹을 게 없는 상황이었다. 당장 집 옆의 큰사랑마트로 뛰어가 2만  원어치의 장을 봤다. 대패삼겹살과 참치 250g 한 캔, 미역, 마늘, 끝. 이 재료들로 당장 15분 내 완성 가능한 메뉴는 참치미역국과 간장제육볶음이었다. 약 석 달 만에 쌀밥과 미역국, 반찬, 칼같이 퇴근한 아내를 마주한 남자가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

“색시야, 다시다 넣었제?”

“아니.”

“이거 다시다 넣은 맛인데, 맞지?”

“아니.”

“와, 어떻게 이런 맛이 나지? 맛있다!”

여자가 만든 음식이 맛있을 때마다 남자는 ‘조미료 투입 의혹’을 주장하곤 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조리과정을 유튜브로 중계할 수도 없고 억울할 노릇이다.

어쨌든 남자가 가져온 무는 가져온 목적 그대로 식탁에 오를 예정이다. 그렇게 우당탕탕 신혼부부의 한 해가 지나가고 있었다.

다음 이야기는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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