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에 삽니다

김기영 전라북도의회 의원 (익산 3)

어릴 적 할머니께서는 제게 어른이 어디 김씨(金氏)냐고 묻거든 “청풍(淸風) 김가(金家)입니다”라고 공손히 대답하라고 말씀하시곤 하였다. 세월이 변해 요즈음은 본(本)을 묻는 경우는 드물어지고 어디 출신이나 또는 어디에 살고 있는지를 많이 물어오곤 한다.

익산에 삽니다. 참 짧은 답변이지만 많은 의미가 담겨져 있는 대답이다. 요즈음 떠나는 익산, 살기 힘든 익산, 발전 가능성이 적은 익산이라고들 말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 세태이다. 그런데도 익산에 산다거나 익산이 고향이라고 또박또박 자랑스럽게 말하는 나는 무슨 자신감이 있어서일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 필자가 알고 있는 우리 익산의 자랑거리를 조금만 이야기 하고자 한다. 익산에는 우리나라의 문화적 가치를 지녀 보존하고 육성할 만큼 중요한 의미를 가져 4대 고도(古都) 중의 하나로 지정된 금마가 있다. 이곳 금마에는 전 세계 인류의 공동 재산으로 특별히 보존하고 관리하고자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 문화 유산인 미륵사지가 있다. 그리고 미륵사지 옆에는 우리나라에 몇 곳밖에 없는 국립박물관이 위치하고 있다.

또한 익산은 우리나라 4대 종교의 성지와 아름다운 종교 건축물이 있는 종교적으로 축복받은 땅이다. 화산천주교회, 두동교회, 원불교 총본, 미륵사지 등이 있는 익산은 4대 종교 모두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도시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문화와 종교적 가치가 있는 시설들을 전국에서 찾아오기에 더 없이 좋은 교통여건을 갖추고 있다. 바로 익산에는 호남선, 전라선, 장항선이 교차로 형태로 연결된 익산역이 있어 오래전부터 철도 교통의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익산은 호남고속도로의 관문에 위치하고 있어, 그 곳에 동북아 최초의 식품전문산업단지인 국가식품클러스터가 자리하고 있다. 동북아 식품시장과 세계 식품시장을 선점하고 글로벌 식품시장의 신 중심으로 도약하고자 조성한 국가식품클러스터가 바로 익산에 있는 것이다.

또한, 익산은 30만 미만 지방 중소도시임에도 원광대학교와 전북대학교 익산캠퍼스, 원광보건대학교, 원광디지털대학 익산캠퍼스가 있어 어느 지방도시보다 젊음의 도시이기도 하다. 이처럼 익산은 도심 곳곳에서 청년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교육도시이다.

이러한 대학에는 의학, 한의학, 치의학, 간호학, 수의학, 약학, 보건학 분야의 학과가 개설되어 있다. 이런 이유로 대학교 부설 종합병원, 한방종합병원, 치과종합병원이 있고, 이곳에서는 권역뇌혈관질환센터, 중증응급진료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이웃 도시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는 의료 분야에서 전국 최고의 환경을 가지고 있는 도시가 익산이다.

익산의 남북에서 흐르고 있는 금강과 만경강의 자연환경은 또 어떠한가? 새만금으로 흘러들어가는 만경강은 도심의 인근에 있어 방문하는 시민에게 4계절 언제든지 편안한 휴식의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큰 강인 금강의 유역에 있는 용안생태습지, 웅포관광지, 성당포구마을 등은 금강의 아름다운 숨은 보석들이다. 특히, 용안생태습지는 전국 최대 습지 공원으로 대한민국 언택트 관광지 100선에 뽑히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손꼽는 아름다운 정원을 가진 금마저수지와 함벽정 가을 풍경이 더없이 좋은 왕궁저수지는 그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그리고 대도시의 건물위주의 대학과 달리 4계절이 아름다운 원광대 캠퍼스는 그 자체로 하나의 커다란 정원이다. 그런가 하면, 옛날부터 인심 좋기로 유명하였던 함라는 우리 선조들의 정원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함라 삼부자 집은 100여전의 한옥으로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어, 옛날 선조들의 정원을 거닐어 볼 수 있는 곳으로 돌담길이 더 없이 아름답다.

이와 달리, 과거 이리시의 중심이었던 익산역 부근의 도심에는 근대 이후 신흥도시로 발전하였던 흔적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이곳에는 근대문화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많은 근대 건물들이 있고, 도심과는 조금 떨어진 춘포면에도 춘포역과 정미소, 일본인 농장 가옥 등이 있어 또 따른 재미를 주고 있다.

이처럼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익산은 도심에서 조금만 나가보면 아직도 5일마다 열리는 전통시장이 여러 곳이 있다. 황등장, 함열장, 여산장, 금마장이 바로 그 곳이다. 장이 열리는 곳에는 으레껏 맛 집들이 있다. 이러한 곳에 들러 전통시장의 풍경도 즐기고 이와 함께 맛 집들의 음식을 맛보는 것 또한 커다란 즐거움이다.

이 밖에도 다 말하지 못한 많은 자랑거리가 있는 도시가 우리 익산이다. 혹자가 필자에게 그럼 익산에 없는 것이 무엇이요 라고 묻는 다면, 필자는 “익산에 없는 것은 바다뿐입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것이다.

몇 백년간 필자의 조상이 살아왔고 그리고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익산을 필자는 더없이 사랑한다. 이러한 익산에 대한 애정이 필자가 두 딸에게도 익산에서 살라고 권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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