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황비녀‧용머리비녀 등 전통장신구 선보여

나비주얼리 명장… 장신구연결체 특허출원도

“전통 이어갈 젊은이들 없어 안타까움 커” 

‘비슷할 수는 있으나, 같은 것은 없다.’

수작업을 고수하며 작품 하나하나 혼을 담는 귀금속 명인이 있다.

국내 보석산업을 주도하던 익산의 명성을 오롯이 지켜가는 이는 강성수 한국예술문화 귀금속 명인(77)이다.

강 명인은 영등동 귀금속보석 1공단에서 석지랑을 운영하며 귀금속 공예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전통 비녀와 나비 주얼리는 강 명인의 대표작품으로 손꼽힌다.

돈을 좇기보다 전통 계승에 대한 사명감과 책임감 하나로 긴 세월 한 길만을 걸어 온 강성수 명인을 만났다.

# 56년 동안 귀금속에 빠져 살다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그 일에 푹 빠져야 한다고 했던가.

강 명인은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귀금속 외에는 눈길조차 준 일이 없다. 오롯이 귀금속만 바라보며 장인의 혼을 담아내고 있다.

강 명인이 귀금속과 만난 것은 1967년. 천안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친구의 형이 소개해준 금방에 취직하며 귀금속 공예에 발을 들여놓았다.

전혀 기술이 없던 강 명인은 누구보다 열심히 배우고, 공부했다. 먹고 살기 위해 시작했지만 제품을 하나하나 완성할 때마다 느껴지는 성취감과 희열은 강 명인을 더욱 빠져들게 했다.

강 명인은 “귀금속 공예는 정말 섬세하고 예민한 작업이다. 다른 곳에 시선을 뺏길 틈이 없다. 미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천안과 인천 그리고 고향 전주에서 귀금속 사업을 운영하던 강 명인은 30여 년 전 익산 귀금속단지에 입주했다.

당시 보석 산업의 메카였던 익산에서 더 큰 꿈을 펼치기 위해서였다.

무엇보다 수작업이 가능한 기술인들이 많이 있어 주저함 없이 익산으로 향했다.

강 명인은 예나 지금이나 수작업을 고수한다. 또 자연석을 주로 사용해 아름다움을 극대화한다.

영친왕비의 봉황비녀를 재현한 작품.

# 비녀와 나비는 운명과도 같은 존재

강 명인의 작품세계는 비녀와 나비를 통해 드러난다.

전통비녀는 처음 기술을 배울 때부터 만들었다. 불과 20년 전만해도 실제 비녀를 사용하는 이들이 있었다. 점점 찾는 이들의 발길이 줄면서 생활비녀보다 전통비녀에 중점을 두고 작업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봉황잠(봉황비녀)이다. 왕후의 대례복 차림에 사용된 대표적인 장신구로 봉황 형태에 청, 홍, 옥구슬과 진주로 아름다움을 극대화했다.

용잠은 3천672개의 보석이 박혀 있어 정교하면서도 웅장함을 뽐낸다.

이밖에도 호박잠, 꽃잠, 원앙잠, 국화잠 등 다양한 비녀를 수작업으로 만든다.

지난 2018년에는 익산시 보석박물관에 영친왕비 봉황잠 재현 작품 3점을 기증하기도 했다.

또 나비 주얼리는 강 명인과 떼어 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수많은 나비가 작업실을 가득 채우고 있지만 똑같은 작품은 찾아볼 수 없다.

다양한 원석을 사용해 화려하게 비상하는 나비는 강 명인의 손을 거쳐야 탄생된다. 하나하나 손으로 작업하기에 똑같을 수 없다.

강 명인은 “수작업의 가치이자 매력이다.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보석인 셈이다. 귀금속 공예에 빠지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작업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강 명인의 작품은 경복궁 교태전에서 전시가 됐으며, 무형문화재 전수관에서 전시‧판매 중이다.

명인의 자리에 올라서도 여전히 대회에 작품을 출품하며 기량을 쌓아가는 강성수 명인.

강 명인은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 등에 작품을 출품해 여러 차례 입상했다. 지난 1월에는 대한민국전통미술대전에서 ‘은비녀’로 대상을 수상했다.

장신구용 연결체 특허도 출원했으며 현재 국가무형문화재기능협회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 전통의 맥을 잇는 것이 꿈이자 사명

반평생 넘도록 귀금속 공예만을 바라보고 살아 온 강 명인의 유일한 목표는 전통의 맥을 잇는 것이다.

사명감을 갖고 배우려는 사람들이 없다는 현실이 가장 안타깝다. 간혹 배움을 청하는 젊은 공예가들이 있지만 마땅한 대우를 해줄 형편이 되지 않아 그마저도 망설여질 때가 있다고.

강 명인은 “첫 번째 문제는 배우려는 사람들이 없다. 취미로 도전하려는 사람은 반갑지 않다. 사명감을 갖고 전통을 계승하려는 의지가 있는 이들에게 꼭 전통기법을 전수하고 싶다”고 말했다.

더불어 지자체와 시민들의 무관심도 어깨를 무겁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사실 강 명인은 타 지자체에서 일명 ‘모셔가기 프로젝트’를 펼칠 만큼 무형문화재로서의 입지가 두텁다. 앞 다퉈 초대전을 여는가 하면 상주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기도 한다.

그에 비해 보석의 도시 익산에서는 귀금속 명인에 대한 관심도가 낮은 편이다.

강 명인은 “전통 계승은 우리의 의무다. 많은 사람들이 전통 공예에 관심을 갖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 석지랑:보석을 알면 즐겁다

90세까지 작업을 하고 싶다는 강 명인은 등산으로 체력을 단련한다. 미세한 작업이기에 건강관리는 필수다.

강 명인은 “아직까지 먹는 약 없이 건강하다”며 활짝 웃어 보인다.

터키석을 유난히 좋아하는 강 명인은 지금도 좋은 보석을 만나면 표정부터 밝아진다. 석지랑(石智朗)이란 이름처럼 보석을 알아 즐겁다.

보석에 빠진 강 명인을 수십 년 동안 지켜온 이는 부인 김화진 씨(77)와 2남1녀의 자녀들이다. 변함없는 내조와 응원으로 강 명인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해주고 있다.

강 명인은 “보석에 미친 가장을 믿고 잘 따라와 줘서 늘 고맙다. 응원 받는 만큼 전통 계승에 더욱 힘써 명인이란 칭호가 부끄럽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아 기자

봉황비녀

용잠.

특허 받은 장신구 연결체로 만든 다이아몬드 나비 목걸이.

황정아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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