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에서 댕댕이 집사로 산다는 것은

원광대LINC3.0 사업단 공유.협업지원센터 팀장

아침 8시쯤이면 자동급식기에서 사료 나오는 소리와 함께 작디 작은 발로 파바박 뛰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핸드폰의 시계를 보다 장난삼아 자는 척을 하고 있으면 어느 새 안방으로 들어온 발소리의 주인공이 침대 난간을 앞발로 툭툭 두드린다. 시끌벅적하게 아침인사를 하고 일어나 씻고 출근 준비를 한다. 견공 아랑이가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주고 집안 곳곳에 작은 간식을 숨기고 집을 나선다.

매일 서류에 파묻혀 일을 하다 공원에서 아랑이와 같이 산책할 때가 일상의 소소한 힐링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세상의 모든 냄새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있는 아랑이는 벚꽃나무에서 떨어진 버찌열매와 비 내린 뒤의 상쾌한 풀냄새를 아주 좋아한다. 풀밭을 뛰어다니는 모습을 볼 때면 작은 새끼사슴 같기도 하다.

우리는 풀밭을 좋아하는 아랑이를 위해 주말이 되면 가끔 간식을 조금 사서 함열의 다송무지개매화마을 익산반려동물전용무료놀이터로 놀러가곤 한다. 3,285㎡ 규모로 지어졌으며 동물등록을 마친 중소형견, 대형견 놀이터와 반려인 쉼터, 음수대, 놀이기구, 대형 파라솔, 벤치 등이 갖춰져 있고, 이용가능 시간은 매주 수~일요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까지로, 정기 휴장일은 매주 월·화요일이며 이용료는 무료다. 그곳에는 아랑이 친구들도 많고 아랑이가 마음껏 달릴 수 있는 풀밭도 있다. 장애물 넘기도 하고 풀밭을 한참 뛰고난 후 그날 아랑이는 꿀잠에 든다.

자랑을 하자면 아랑이는 사교성이 뛰어난 편이다. 아랑이는 짙은 검은색 털에 큰 눈망울과 누런 눈썹을 가진 소형견인데 고양이 친구도 좋아하고, 강아지 친구도 좋아하고, 나뭇가지 위의 새 친구도 좋아하고, 사람 친구도 좋아한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영등시민공원을 함께 걷는다. 애견인들에게 있어 암묵적인 마실코스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공원 놀이터 근처에 있는 정자이다. 저녁에 선선한 바람이 불면 동네 강아지들이 집사들과 함께 이곳에 모이곤 한다. 배변봉투를 깜빡했을 때 서로 빌려주거나 강아지가 마실 물이 없으면 서로 나누기도 한다.

얼마 전에 공원을 산책하고 있었는데 할머니와 아빠, 엄마, 어린 아이로 이루어진 가족이 정자에서 서로 사진을 찍으며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이가 아랑이를 보며 뭐라고 말을 하자 아랑이가 아이 앞으로 걸어갔다. 러시아의 사할린에서 왔다는 가족은 “앉아”, “손”, “돌아” 등의 재주를 부리는 아랑이를 보며 즐거워했다. 처음에는 무서워하던 아이가 아랑이를 조심조심 쓰다듬자 나는 “이모가 줄 꼭 잡고 있으니까 안전해, 천천히 쓰다듬으면 아랑이도 좋아할 거야”라고 말하자 내 또래로 보이는 아이 아빠가 러시아말로 아이에게 다정하게 일러주었다. 우리는 최소한의 한국어와 아랑이의 몸짓 언어로 소통을 하며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어찌나 재밌었던지 가족 간의 행복한 시간을 더 방해하지 않기 위해 슬슬 집에 가려 했는데 아랑이가 도통 움직이질 않았다.

“엄마는 갈 거야, 아랑이는 사할린으로 갈 거야?”라고 말하니 다 같이 웃었다. 그새 아랑이도 가족들에게 정이 들었나보다. 작별의 인사를 했는데도 아랑이가 하도 움직이지 않으려 해서 간식으로 유인해 집에 올 수 있었다.

강아지 집사로 살아가니 꼭 가지고 다녀야 할 게 있는데 바로 배변봉투이다. 언제 어디서 실례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출근가방이든 작은 가방이든 배변봉투 하나 정도는 손에 잡힌다.

아랑이는 이미 익산시에 사는 강아지로서 ‘주견등록’이 되어있다. 반려견의 월령(月齡)이 3개월이 된 날부터 30일 이내에 시장·군수·구청장·특별자치시장이나 등록대행기관에 동물등록을 해야 한다.   동물등록을 신청하면 국가가 관리하는 동물등록번호체계 관리시스템에 반려견의 정보 및 소유자의 정보가 등록되며, 반려견에게는 고유의 동물등록번호가 기록된 무선전자개체식별장치(일명 “마이크로칩”)가 장착되고 소유자에게 동물등록증(전자적 방식을 포함)이 발급된다. 이제 반려견 등록은 필수이다. 반려동물을 등록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등록을 하지 않은 소유자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이제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삶을 선택한 이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어두운 현실도 존재한다. 최근 들어 신용동 대학가 일대를 돌아다니는 들개를 봤다는 신고가 증가했다. 반려동물인구가 증가하는 만큼 유기견도 늘어나고, 미처 구조되지 못한 유기견들이 들개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기견이 산으로 들어가 교배를 하고 2~3세대를 거치면 완전히 야생화가 돼 들개로 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산시유기동물보호소에는 300여마리의 아이들이 있다. 반려동물 집사로서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픈 대목이다. 익산시유기동물보호소에서는 정기적으로 유기동물 입양 캠페인 및 바자회를 개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유기동물 이동 봉사에 대한 자원봉사자도 수시로 모집 중이다.

반려견을 비롯해 익산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삶이 생명에 대한 책임감으로 더욱 행복해지길 바라본다.

익산열린신문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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