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아동문학회 회장 / 동화작가

얼마 전 지인의 사진 전람회에 갔다.

지인은 사진을 찍기 위해 많은 날들을 새벽에 또는 오지에 갔을 것을 생각하니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그 많은 사진 중에서도 특히 나의 눈길을 끄는 작품이 있었다 .

‘내가 만난 사람들’ 이라는 작품이다. 사진 속에는 이 모습 저 모습의 사람들이 있었다.

사진 속의 인연들과는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었다.

저 많은 사람들과 인연이 되었을 것을 생각하니 나도 나와 인연이 되었던 사람들이 떠올랐다.

도서관에서 만난 인연이다.

강의 시작 전 아름다운 이야기를 해보라는 과제에 어느 젊은 엄마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결혼하여 살다보니 홀로 사는 친정엄마에게 용돈 십만원 보내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치킨 한 마리는 자주 시켜 주면서 말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배달 음식 시켜 줄 때 ‘치킨’, ‘피자’라고 써서 엄마에게 송금을 했다고 한다. 십만원을 한 번에 보내는 일은 어려웠지만 자주 엄마를 생각할 수 있고 엄마를 외롭지 않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 흐뭇했다고 한다.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해맑게 웃으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가던 젊은 엄마의 모습이 기억된다.

또 하나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오십이 가까운 분의 이야기다. 이 분은 처녀 때부터 배우자의 조건이 확실했다고 한다. 어느 대학을 나와야 하고 키는 얼마나 되어야 하는 조건이다. 드디어 꿈이 이루어져서 조건에 꼭 맞는 사람과 결혼을 하였단다. 명문대를 나온 키가 큰 배우자는 인물도 좋았다고 한다. 그런데, 경제관념이 없어서 어려웠다고 한다. 아침잠이 많아 정상적인 직장 생활을 못하였다고 한다. 내가 좋아서 선택한 사람이니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마음으로 서울 생활을 접고 친정 부근으로 와서 축산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아침잠으로 직장생활도 어려운 사람이 축산 일을 잘 할 리가 없었다고 한다. 어쩌면 서울살이 때보다 더 부지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해가 중천에 떠서야 느릿느릿 축사로 향하는 꼴이 동네사람 보기에 부끄러웠다고 한다. 친정오빠는 참다못해 몇 번 충고를 했고 동네사람들도 부지런해야 한다고 여러 번 얘기했지만 자기 방식대로 살겠다고 버텼다고 한다. 오히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는 동네사람들을 보며 흥얼거리며 이 일이야 말로 자신에게 딱 맞는 일이라며 주어진 일을 잘했다고 하면서 다음 이야기가 반전이었다. 세월이 흘러 동네사람들이 뼈 빠지게 열심히 일하는 사이 골병이 들어 병원에 가는 일이 잦아졌다고 한다. 그렇지만 남편은 역시 해가 중천에 떠서야 일어나 일을 했다고 한다.

동네 사람들은 골병들어 남의 손을 빌어야 일을 하지만 늦잠꾸러기 남편은 아직도 혼자서 일을 해낸다면서 자기식대로 사는 것이야 말로 즐거운 일이라고 했다.

또 생각나는 분이 있다. 강의를 마치고 식사 제의를 받았다. 칠십쯤 된 분으로 아들 딸을 번듯하게 키운 분이다. 잘 키운 아들과 가까운 곳에서 살며 자랑도 하며 살고 싶었는데 대도시의 처갓집 건물에서 병원을 하며 처가살이 하는 아들을 못마땅해 했다.

가정형편상 학교를 초등학교 3학년까지만 다녔다고 하면서 ‘내가 초등학교만 졸업했어도 무엇이든 해먹을 수 있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 대신 영어공부를 오래하고 있으며 무엇이든 배움의 열정을 놓지 않는다고 했다.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었다. 새벽부터 수영장을 시작으로 자기계발을 하고 때가 되면 남편의 식사는 꼭 챙겨주어 남편에게 사랑받는 여인이라며 활짝 웃었다.

이분들 외에도 많은 분들과의 인연이 물밀 듯 생각난다. 뒤돌아보니 도서관에서 문학 강의를 하면서 참 행복했었다. 그분들에게서 삶을 많이 배웠다.

사진작가의 ‘내가 만난 사람들’ 이라는 제목의 작품처럼 나의 문학노트에도 아름다운 인연으로 채우고 싶다.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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